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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호



프렌치 시크를 만나다

처음 파리에 도착했을 때 권희경은 파리지엔의 패션을 보고 적잖이 실망했다고 한다. 패션피플이 넘쳐난다는
세계적인 도시파리는 생각보다 지저분했고 온통 무채색의 평범한 사람들만 돌아다니는 것 같았다고.
“빗질조차 하지 않은 듯한 머리 스타일은 매우 게을러 보였고,어젯밤 메이크업을 지우지 않고 잠든 건지 아니면
화장을 하다가 급하게 도중에 뛰쳐나온 건지 이상한 얼굴들을 하고 있었어요. 상상하던 그 톡톡 튀는 멋진 여자들은
하나도 보이질않았거든요.”

그렇게 실망스럽던 파리지엔의 스타일이 몇 가지 특성과 스타일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시간이 한참 흐르고
나서부터였다. 아무렇게나 풀어헤쳐 정리가 안 된 듯한 머리는 마치 침대 속에서 막 빠져나온 것 같은 왠지 모를
섹시함을 가지고 있었고, 색이 일정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헤어컬러는 무겁기만 한 흑발보다 세련되게 보였다.
가지런하게 정돈되지 않은 자유분방한 머리의 가르마, 깊고 그윽한 블랙 아이라인의 눈매와 은은한 베이지 핑크의
입술, 파운데이션은 커녕 로션조차바르지 않은 것 같은 보송보송한 피부, 은은하지만 고혹적인향기와 도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그녀들은 밤이깊어오면 어느새 섹시한 눈매와 도발적인 의상으로 또 다른 시크함을 연출했다.
전 세계 여성들이 열광하는 프렌치 시크는 그녀들의 모습을 꾸준히 지켜보다 보면 조금씩 이해가 되는 다소 어려운
스타일이었다.
“같은 옷을 입어도 파리지엔이 입으면 다르다는 말은 사실이에요. 파리에 살다보면 수많은 인종의 여자들을 보거든요.
여자들의 키가 평균 170cm에 육박하는 네덜란드 여자들과 비교하면 파리지엔은 절대 크지 않아요. 날씬하지만 마르지
않은보기 좋은 체형에 상대적으로 긴 일자다리, 그리고 아기자기한 얼굴은 어떤 옷을 입어도‘태’가 날 수 밖에 없어요.”

그렇다고 모두 타고나는 것은 아니다. 선천적인 요인이 많지만 파리지엔의 후천적인 노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무심한 듯 보이지만 그녀들의 패션은 모두 거울 앞에서 계산되고 만들어 진 스타일이었던 것이다.
작가 권희경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프랑스에서 파리지엔의 패션 스타일을 보고 느끼면서‘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파리여자들의 독특한 매력’을 정리했다. 유난히 치장한 것 같지도않고, 진한 향수냄새를 풍기는 것도
아닌데 저절로 눈길이 가는 파리여성들의 스타일은 그녀들의 말투, 표정, 몸짓, 체형,사고방식등과 함께 어우러져
묘하게 사람을 이끄는 감성으로 재탄생 되었고 그녀는 이것을 프렌치 시크라 이야기한다.



꿈을 향해 달려온 소녀

권희경은 정규 과정에서 패션을 전공한 적은 없다. 초등학교시절 작아진 한복을 잘라 인형 옷을 만들어 입히고,
중학생 때유행지난 와이드 청바지로 데님가방을 만들었다. 간단한 소지품은 언제나 직접 만들어 사용했고,
머리도 직접 잘랐다. 권희경만의 스타일에 대한 고집이 있었다.
대학진학은 국문학과였다. 의상학과와 국문학과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는 그녀. 패션에 대한 관심과
열정보다는 소설가의 꿈이 더 컸다고 한다. 패션에 대한 열정은 가슴에 품고, 국문학을 전공하며 멋진 출판사를
차리고 싶다는 목표도 세웠다.“아르바이트도 경력이 되는 일을 찾아서 했어요. 출판사에서는 출판 시스템을 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고요, 대학생 기자는 기사 쓰는 법을 연습하고 인맥을 넓히는 기회였어요. 기업 아르바이트는
다양한 사회경험을 하는 창구가 됐어요.”

글을 쓰는 일을 진지하게 생각했던 것은 2002년 제 6회 동서커피문학상에 입선을 하고 부터였다.
“입선을 한 <마법램프>는 스무 살 때 썼던 글이에요. 우연히공모전 소식을 듣고 찾아서 출품했는데, 입선하고
나니 좀 더마무리 작업을 좀 더 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어요.”

이후, 광고홍보대행사에서 카피라이터로 글을 썼고, 광고콘티작가와 시나리오 작가, 대필 작가로 다양한 영역의
글을 섭렵했다. 차곡차곡 경력을 쌓아가던 2007년 파리 행을 결심하게된다.
“결혼 전, 남편이 파리에서 불문학 박사과정 중이었어요. 그래서 결혼하면 파리에 가서 살아야 했지요.
난생 처음 외국생활을 한다는 것이 두렵다기보다, 저는 오히려 이 기회를 적극 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프랑스에서 4년여에가까운 시간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보고자 노력했습니다.




난생 처음 간 낯선 도시 파리지만 그곳에 가는 것도 기회라 생각했다는 그녀. 그냥 간다는 생각보다는 그곳에서
뭔가를 해보고 싶었다고. 권희경은 광고를 공부하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정상 파리7대학원에서 다른 전공을
택했고, 여러 가지이유로 중도에 학업을 중단하고 귀국하게 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가슴 한 구석에 묻어두었던
패션의 열정을 풀어내기로 결심했다.

“프랑스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어요. 글 쓰는 것을 좋아하니까 글 쓰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제가 글을 쓸 수 있을 잡지사를 찾아 컨택을 했지요. 잡지 글을 인터뷰 하면서 패션을 접할 기회가 많아
졌어요. 그러면서 보는눈을 기르고, 또 스스로공부도 하게 됐답니다.”

패션을 좀 더 깊이 있게배울 수 있었던 것은 서울패션센터 리포터 활동덕분이었다. 전문 지식이 부족해 더 많이 공
부해야 하는 어려움도있었지만 보다 체계적으로 또 전문적으로 패션을 접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했다.

기회의 도시, 파리

권희경은 파리에서의 경험을‘기회’라고 말한다. 소설가가 되겠다는 꿈에 패션의 열정을 풀어내 더 큰 결과물을
만들어 낼수 있게 해준 도시였기 때문이다. 소설가 베르나르베르베르를만나 인터뷰를 하게 된 것도 그녀가 파리에서
찾은 기회였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지인의 부탁이었어요. 그 출판사에서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책을 출간하는데,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친필 사인을 받아오는 일이었지요. 근데 덜컥 사인만 받아오려니 너무 아쉬운 거예요. 혹시 인터뷰 기회가 있다면
협조해 줄수 있냐고 물었고, 한국에 호의적이었던 베르나르베르베르가흔쾌히 허락을 해 주었지요.”
베르나르베르베르의 기사는 몇 달 뒤 월간 럭셔리 지면을 통해 한국에 소개 됐다. 권희경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작가
베르나르베르베르를 단독으로 인터뷰해 여섯 페이지의 기사를 진행했다는 것보다 더 기뻤던 것은 베르나르베르베르의
담백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작가가 사는 집이 너무나 소박했어요. 고양이와 부모님과 함께 사는 그의 집도 그랬고, 벽장을 가득채운
DVD와책들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베르나르베르베르도 여느 프랑스인과 마찬가지로 즐겨가는
카페가 있고, 그곳에서 습작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매일 오전, 베르나르베르베르는 그가 즐겨가는 카페의 지정석에서 습작을 한다고 한다. 카페에서의 작업의 효율이
높다는 베르나르베르베르처럼 프랑스에는 독특한 카페문화가 있다.

권희경 역시 프랑스의 카페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프랑스의 독특한 카페문화처럼 한국에도 카페문화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프랑스의 카페문화를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에 카페에 대한 책을 쓰기 위해 틈틈이 준비도 했다.
“커피는 파리생활의 중요한 매개체입니다. 카페마다 그 카페만의 문화가 있어요. 그곳의 문화를 배우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한국인들도 있어요. 그런 분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한국에 오자마자
준비했던 책은‘프렌치시크’가 아니라 곧 출간될‘카페파리’였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 것도 파리에서 얻은 기회였다.
한국에서 연예프로에 몇 번 출연은 했지만, 영화를 접한 것은프랑스였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밤과 낮>에 연기를
할 한국인단역배우를 찾는다는 소식에 오디션을 보러 간 것. 처음 해본연기라 더 힘들었지만, 오디션에 통과했고
출연을 하게 됐다.이어 프랑스 영화에서도 단역의 기회가 주어졌다. 이렇게, 파리는 권희경에게는 기회의 도시
였고,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는 도시였다.



언제나 중심은 글을 쓰는 일이었어요.
책을 만들어 내는 것에 있어서 할 수 있는 것은다 배운다는 생각으로 경험을 쌓았습니다.
지금 다양한 글을 쓰고 있고또 그만큼 행복한 작업이라 생각하지만,머지않아 언젠가는 꼭 소설을 써서책으로
낼 생각입니다.





프렌치 시크, 파리를 말하다

권희경은 프렌치 시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프랑스를, 파리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권희경이 말하는
파리의공기는 차갑고 우울하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낮이든 밤이든회색빛이 감돌 때가 많다고 한다. 거리를
메운 사람들의 옷차림은 동네에 따라 다르지만 대다수가 무채색이다. 맑고 환한 날씨는 일 년 중 그리 길지
않고 그마저도 수 없이 변화한 다. 날씨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감정의 기복이 큰 다혈질 소유자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권희경은 파리의 대기에는 분명그 근원을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도도함과 외로움이 묻어있
다고 말한다.
“이기적인 것과 개인적인 것은 분명이 다르지만, 우리 눈에는이기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을 만큼 파리지엔은
개인적이며자존심이 매우 강해요. 또‘프랑스 국민’이라는 데에서 오는자부심도 엄청난 것 같아요. 그도 그럴
것이 파리의 낭만과 예술을 사랑하고 동경하는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프랑스’그리고‘파리’라는 고유명사,
즉 보증수표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 아니겠어요?”

권희경은 오늘날의‘프랜치 시크’를 만들어 낸 것이 역사적 배경이나 생활습관도 있겠지만, 그만큼 타인의
취향을 존중하고, 끝없이 열정적인 사랑에 목말라하는 것이 프랑스 사람들 자체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권희경은‘프렌치 시크’를 한마디로 정의하면‘자연스러움’이라 말한다. 항상 패션과 식생활, 생활습관에
기준을 정해두고신경을 쓰긴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지켜야 하는규칙으로는 여기지 않는다. 그
러다보니 패션도 억지스레 꾸민느낌이 들지 않고 편안하게 스타일을 표현해 자신의 이미지를만든다. 즉
스타일과 사람이 분리되어 보이지 않고 한데 어우러져서 그 사람만의 인상과 매력을 발산하는 것이다. 사실은
철저하게 계산된 코디지만 꾸민 느낌은 주지 않아야 하는 것이포인트다. 루즈한 여성스러운 실루엣의
상의와 편안한 플랫슈즈, 투명화장과 자연스러운 헤어스타일 등이 가장 기본이 된다. 최대한 자연에 가까운
색감과 부드러운 실루엣을 만드는소재, 기본 필수아이템 등을 본인의 이미지에 맞게 잘 매치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여기에 각자의 취향과 트렌드에 맞게아이템을 가감하거나 변형하는 것이 권희경이 말하는 파리지
엔의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권희경은 그런 파리지엔의 스타일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고 한다.
“청순, 섹시, 세련, 지적인 스타일 등 여느 나라의 패션처럼컨셉이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사람들의 시선을
가장 많이 끄는은‘자연스러운 믹스매치’예요. 청순하면서도 은근히 섹시하다거나, 자신감 넘치는세련됨 속에
부드러운감성이 녹아있다거나하는 미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파리지엔이 많아요.”

물론 머리부터 발끝까지이러한 아이템으로 도배한다고 해서 누구나 쉽게 원하는 이미지를 표할 수 있는 것은 아니
다. 스타일이 언밸런스해 보이지 않고 체형에잘 맞아야 하며, 몸이나자세가 잘 융화 되어야하는 어려운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드러내는 멋이 아닌 볼수록 매력 있고 기억에 남는 인상을 주는 것이‘프렌치 시크’라
는 것이다.
“각자의 스타일을 중요시 하는 파리지만 시즌별‘트렌드’는있어요. 짧고 강한 유행은 아니지만 그들의 색깔은
분명하고확고한 컨셉을 지니고 있으며, 파리지엔 룩을 유지하기 위해개성 있는 스타일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어요. 이런 트렌드가‘샤를로트 갱스부르’나‘꺄트린느 드뇌브’등과 같은 셀러브리티들의 사랑을 받으며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는 거지요. 요즘은 파리지엔 스타일이 헐리웃 스타일보다 더 많은관심을 받는 것도
사실입니다.”

권희경은 파리지엔 룩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본 아이템들을 잘 선택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색상,소재, 실루엣, 길이, 장식, 디테일, 레이어드 등에 따라 느낌과분위기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권희경의 꿈은 소설가였다. 동서커피문학상에 입선하기 이전부터,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그리고 지금도 그녀의꿈은 소설가다.
“언제나 중심은 글을 쓰는 일이었어요. 책을 만들어 내는 것에있어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배운다는 생각으로
경험을 쌓았습니다. 지금 다양한 글을 쓰고 있고 또 그만큼 행복한 작업이라생각하지만, 머지않아 언젠가는
꼭 소설을 써서 책으로 낼 생각입니다.”

아직 장편은 힘이 든다는 그녀. 꾸준히 단편 습작으로 내공을쌓아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제가 지금 소설을 쓴다고 누구에게나 다 읽히는 책이 될 수는 없잖아요. 그 전에 제가 직접 전장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하며 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또 개인적으로 내공도 쌓는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찾고,
또많은 사람들에게 저를 알릴 수 있을 것이니까요. 그리고 언젠가는 이 모든 경험을 모아 소설가 권희경으로 대중
앞에 설것입니다.”

권희경은 8월에 출간될 책‘카페파리’의 마무리 작업 중이다. 기회가 되는 대로 각종 기관이나 기업체에서 강연을
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는 그녀. 작가 권희경의 멋진 행보가 꾸준히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글_ 박은경 기자 / 사진_ 이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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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렌치시크-- lava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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