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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산책2009/04/21 08:21

  파리 메트로 1호선 종점인 라데팡스 역에서 겪었던 황당한 일을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지하철에 타는 순간 어떤 남자가 제 앞에 엎드려서 제 다리를 두 팔로 꽉 붙잡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너무나 놀랐지요. 처음에는 미친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그 남자가 제 다리를 계속 붙잡고 놓아 주지 않는 바람에 저는 꼼짝할 수가 없었고 당황한 저는 '이거 놓으세요'라는 말만 반복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잠시 후, 저는 이 남자가 왜 제 다리를 붙잡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남자가 저를 놓아주는 동시에 제 뒤에 있던 누군가가 저에게 '이제 됐어요.'라고 하면서 지갑을 하나 건네 주었거든요. 놀랍게도 그것은 바로 저의 지갑이 아니겠습니까. 화들짝 정신이 들어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을 보니 역시나 가방의 지퍼가 열려 있더군요. 이 모든 상황으로 인해 저는 잠시 패닉 상태에 빠졌고, 그 사이 다리를 붙잡은 남자는 후다닥 도망갔지요... 하도 정신이 없어서 지갑을 준 사람은 누구인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놀란 가슴을 겨우 가라앉히고 생각해 보니, 그들은 2인조 소매치기였던 것입니다. 한 명이 제 다리를 붙잡아 정신 없게 만들고, 그 사이 다른 한 명은 제 가방을 열어 지갑을 꺼낸 것이지요. 지하철 계단을 내려오면서 지갑에 확인할 것이 있어서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 열어봤던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당시 지하철 역에는 '소매치기가 이 역에서 활동 중이니 조심하세요. 역 구내에서 지갑을 꺼내 열어보지 마세요.'라는 주의 포스터가 붙어 있었는데 저는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이었어요.

  다행히 저는 현금을 잘 안 갖고 다녀서 그날도 제 지갑에는 현금이 한 푼도 없었고 은행 카드와 신분증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지갑을 돌려받았기에, 불쾌한 기분이 들었던 것을 빼고는 아무런 피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소매치기를 당한 것도 놀라운 일인데, 소매치기 당한 지갑을 그 자리에서 즉시 돌려받았다는 것은 더욱 놀라웠습니다. 그들은 현금만을 노렸던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그렇다고 지갑을 돌려주는 그 여유 혹은 그 친절함(?)은 그들의 범행수법 이상으로 황당하고 신기했지요. 어쩌면 지갑에 한 푼도 없는 것이 불쌍해서 돌려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아무튼 파리 지하철에서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사복경찰과 소매치기 사이의 숨바꼭질이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고 합니다. 때로는 지하철에서 '소매치기들을 유혹하지 마세요.' 혹은 '이 지하철 안에서 소매치기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조심하세요.'라는 식의 안내 방송이 나올 때도 있습니다.


 파리 메트로 1호선의 내부. 각 차량간의 통로가 탁 트여 있어서 소매치기가 도망가기에 편리한 구조입니다.



* 주변 사람들의 소매치기 경험 사례 소개
   - 사례 1 : 어느 선배는 막 구입한 최신 삼성 휴대폰을 지하철에서 만지작거리고 있었는데, 지하철이 역에
                 정차하는 순간 갑자기 어떤 사람이 휴대폰을 확 낚아채서 씩 웃으며 내려서 도망갔고, 선배는
                 순간적으로 멍해져서 쫓아가지도 못했다고 합니다.
   - 사례 2 : 파리에 여행왔던 한 친구는 몽파르나스 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지도를 펼쳐
                 보고 있었는데, 그 사이 세 명의 소매치기에게 둘러싸여 순식간에 몇 십만원 상당의 현금을
                 털렸다고 합니다.

* 파리에서 소매치기 당하지 않으려면 ?
1) 우선 관광객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가급적이면 지도를 크게 펼쳐 들고 두리번 거리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좋고, 가능하다면 여행객 느낌이 확연한 옷차림보다는 일상 생활 복장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로, 파리지앵들은 대체로 회색이나 검은색 등의 어두운 색 계열의 옷을 입으니 그 스타일을 따라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2) 되도록이면 현금을 많이 휴대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3) 지갑이나 소중품은 가방에 넣지 말고, 몸에 지니는 것이 좋습니다.
4) 시내를 돌아다닐 때는 등에 메는 가방은 피하고, 크로스백의 경우 항상 앞쪽으로 맵니다. '앞으로 메면 내꺼, 옆으로 메면 니꺼도 내꺼도 아님, 뒤로 메면 가져가세요.'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소매치기를 영어 Pickpocket을 그들 식대로 읽어서 '픽포케'라고 합니다. 혹시 지하철 방송에서 이 말을 들으시면 더욱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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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렌치시크-- lava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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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놀라셨겠네요. 아찔했겠어요. 소매치기가 저곳에도 활개치고 있다니.

    2009/04/21 08:41 [ ADDR : EDIT/ DEL : REPLY ]
    • 관광객이 많은 만큼 그 관광객들을 노리는 소매치기들도 많습니다. 스페인, 동유럽에서 원정온 소매치기들까지 있거든요.

      2009/04/21 09:00 [ ADDR : EDIT/ DEL ]
  2. 저도 몽골가서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몽골 그 친구는 기술도 좋던데... 아무 흔적없이 잘 하더만...ㅋㅋ
    소매치기 당하지 않는 방법은 잘 알아두도록 하겠습니다...^^

    2009/04/21 14:52 [ ADDR : EDIT/ DEL : REPLY ]
    • 어딜가도 여행객을 노리는 소매치기들은 있나 봅니다.
      항상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2009/04/26 00:27 [ ADDR : EDIT/ DEL ]
  3. 프랑스에 사시나 보군여.. 댓글타구 왔습니다. *.*

    2009/04/21 18:04 [ ADDR : EDIT/ DEL : REPLY ]
    •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야옹군 이야기 잘 보고 있습니다.^^

      2009/04/26 00:25 [ ADDR : EDIT/ DEL ]
  4. 네덜란드도 만만치 않아요.
    한국처럼 가방 매고 다니다가 늘 주의를 받는답니다.
    (움켜쥐고 다니는 거 아직도 안 익숙해요.)
    까페에서 앉은 의자 옆에 가방 나둔다던가 하면...'가져가라'는 소리...
    저도 암스테르담에서 소매치기를 당한 후 각종 신분증을 잃어버리고, 현금인출까지 당해서(줄곧 미행했던 듯)
    한 3개월은 우울했어요.(거주증 재발급 받기 엄청 까다롭거든요. 돈도 돈이고...)

    고생할 뻔 하셨네요. 그 정도면 다행이죠...?

    2009/04/26 19:40 [ ADDR : EDIT/ DEL : REPLY ]